밀린 일기 몰아쓰기 2. 술 김에 산 스위치지만, 아무튼 스위치가 있으면 이걸 안해볼 수가 없지! 라는 심정으로 당연하다는듯이 플레이한 '젤다 야숨'이다. 실은 그 명성과는 별개로 퍼즐 요소를 별로 안좋아하는 나와는 잘 안맞는 시리즈였는데 이런 오픈월드 액션 RPG로 나와서 기대를 많이 했더랬다. 여태까지 너무도 많은 찬양을 봐와서 더더욱 그렇기도 했고. 근데 결과적으론...으음 대단한 게임이고 진짜 재밌게 플레이한 것도 맞는데 이게 그정돈가?싶은게 솔직한 감상이다. (이 글을 작성하는게 발매일에서 한참 지난 2018년인건 감안해줬으면 한다)
물론 대단했다. 좁은 사당을 나와서 처음 보게되는 전경의 감동. 아득바득 올라간 탑 위에서 맵을 둘러보며 목적지를 찾는 로망, 수상한 할아버지가 실은 망국의 왕의 망령이라는 클래식한 반전, 괴랄하면서도 묘하게 포스있는 대요정 등등 클래식과 세련됨 그 어딘가에 있는 듯한 디자인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건 누굴 데려와도 그럴 듯.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던져주고 자유롭게 맵을 여행하도록 방목하는 기조 역시 좋았다. 왜냐면 그것이 '오픈 월드'니까 (끄덕) 다만
이걸 플레이하는 놈이 그토록 자연스러운 유도로 정평이 나있는 게임에서도 지꼴리는 대로 무작정 돌아다니는 빡통이라 조금 빡셌을 뿐이다. 생각해보니 튜토리얼 도중에도 오르다가 얼어죽을 설산을 맨몸으로 꾸역꾸역 올라가기도 했었지...
아무튼 처음 도착한게 하필 화산 마을이였어서 뭘 해보기도 전에 도망쳐온 것을 제외하면 개성있는 여러 지역이나 마을을 구경하는 맛도 쏠쏠했다. 이게 정말 '탐험'이구나 싶은 느낌. 이런 맵의 곳곳에
서브 퀘스트 뿐 아니라 스펙을 올릴 수 있는 '시련의 사당', 가방의 크기를 키울 수 있는 '숨겨진 코로그 찾기', 잃어버린 링크의 기억 찾아다니기 등등 정말 다양한 컨텐츠가 산재해있다. 놀라운건 그 양이 '야숨 하나 가지고 몇백시간은 플레이할 수 있겠다'싶을 정도로 많은데도 하나하나가 정성들여 디자인 됐다는 것. 물론 퍼즐 요소를 별로 안좋아하는 나에게 시련의 사당도, 코로그 찾기도 크게 매력적인 컨텐츠는 아니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개 게이머로써 감탄을 금치 못했다. 특히 코로그 찾기는 유비식 수집요소의 좋은 반례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스토리는 또 어떻고? 왕도적인데다 심플한 스토리였지만 아저씨는
요런거나
요런 전개가 나오면 여전히 가슴 뜨거워진다고...ㅜ
비록 제법 애를 먹인 사신수보다 '재앙 가논'이 더 쉬운 듯한 다소 맥빠지는 피날레긴 했지만... 솔직히 이건 어쩔 수 없긴 하다. 원래 RPG에선 최종 보스전 준비한답시고 빡세게 준비하면 이런 꼴이 나긴 한다. 특히나 내가 그런 스타일의 유저기도 했고...
아무튼 이 외에도
느슨하면서도 적절하게 재해석한 시리즈의 전통들도 눈에 띈다. 위의 이미지대로 '링크가 말이 없는 이유'라던가 '무녀 역할 이상을 하고 싶어하는 젤다', 잃어버린 '마스터 소드' 뽑기 등등 아무튼 훌륭했다.
게임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전투는... 솔직히 말해서 생각보다 빡셌다. 내가 왜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본격적으로 회피, 패링을 요구하는, 마치 소울류 혹은 몬헌류 액션게임을 떠오르게 하는 그런 스타일로 얕보다가 몇번을 죽었는지 모르겠다.
가장 당혹스러웠던건 무기의 내구도가 다되면 (마스터 소드 제외) 무슨 무기든간에 박살이 난다는 점, 그리고 그런 주제에 무기, 방패 등의 소지를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가방의 존재였다. 이 두 요소는 게임을 빡세게 만드는 주범이고, 때때로 이것들때문에 열이 뻗치기도 했지만 가면 갈수록 적절한 선택이라고 납득이 갔다. 너무 부정적인 밈이 떠오르는 문구이긴 한데, 확실히 까다로운 선택을 강요하는건 훌륭한 밸런싱이자 재미의 핵심요소이더라.
난이도 같은 경우엔 살짝살짝 언급했는데 초반부에 많이 해멨고 버거워하기도 했다. '위처 3' 이후로 이런 액션 RPG류 게임을 오랜만에 해서 그런거기도 하고, 내가 너무 요령없이 막 들이박은 탓이기도 했다. 그래도 4신수 하나 잡으니 숨통이 좀 트이고 본격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되더라. 이미 왕눈이 나온 시점에서 이 게임을 플레이할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쫄지말고 4신수 하난 잡고 시작하자.
어...뭐야 쓰고 나니 그렇게 대단한 게임 맞네... 솔직히 이렇게 될까봐 글을 쓰기전에 방향도 못잡고 무작정 쓰기 시작한거기도 하다. 근데 뭐... 가끔 이런 게임이 있다. 다 좋은데 왠지 내 게임이 아닌 경우. 그래서 아마 내가 왕눈을 그닥 끌려하지 않는거겠지.
그리고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것이, 나같은 경우엔 가능하면 도전과제 올클리어, 그것이 불가능하거나 NS처럼 도전과제가 없는 경우엔 나름의 목표를 잡고 달성한 뒤 후련하게 보내주는 편인데 이 게임은 그러지 못했다... 일단 모든 코로그 수집은 절대 무리인거 같아서 '시련의 사당'이랑 '서브 퀘스트' 올클리어 정도는 노리고 있었는데 도중에 '창세기전'이 나와서 이것 좀 해보겠다고 꼴깝을 떨다가 너무도 재미가 없어서 게임 불감증이 오는 바람에... 여러분 똥겜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아무튼 본의아니게 흐름이 끊겨서 일단 야숨은 여기까지 만약 기회가 된다면 그땐 왕눈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그래도 재밌게 자알 놀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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