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여신전생... 여러 추종자들에게 그러하듯 나에게도 참으로 각별한 게임이다. 궁핍한 사정에 일단 살 수만 있다면 닥치는대로 다 플레이하던 PS2 시절, 우연히 잡힌 이 게임의 어질어질한 난이도에 멘탈이 나가면서도 그 특유의 묵시록적인 배경과 컬트적인 악마 디자인에 중2 감성이 뿜뿜했었지.
아직도 기억난다. 중간보스 '오세', '토르' 이 씹쌔끼들의 어머니 출타하신 패턴에 몇 시간이 아니라 몇 개월 단위로 좌절했던 경험, 그리 살갑지않았지만 나름 친구, 동료였던 녀석들이 하나씩 맛이 가 제 손으로 썰어야만 했던 무자비한 기억, 최종보스가 무려 '야훼'였던 신성모독적인 피날레까지.
이후로 이어진 '페르소나 3'와 '페르소나 4' 역시 대단한 명작이였다만, 그럼에도 내 갈증은 충족되지 못했었다. 그래서 나에게 '진 여신전생 3'란 유일무이한 게임이였는데...
띠용. 그 게임의 후속작이 3DS로 나오네?? 이건 정말... 정말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였다... 그도 그럴게 3DS로 발매된다는 것은
이랬던 게임의 후속작이
이런 꼴로 발매될 것이란 소리란 같으니까...
이건... 팬심으로도 어떻게 안된다. 물론 본작 뿐만 아니라 여러 아틀라스의 게임들이 한글화 발매되는 기적같은 시기이긴 했지만 아무튼 안돼...! 이 좆망 콘솔을 고작 그것들 하자고 비싼 돈주고 살 순 없다고 ㅜㅜ
라고 생각했던게 벌써 10년 전 일이다... 이게 참, 무슨 인연인지... 그렇게나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친척 동생의 낡은 3DS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리하야 3DS로 가장 플레이하고 싶었던 두 게임 중 하나인 '페르소나 Q'를 우선 클리어한게 저번 포스트 (https://unknownfromseoul.tistory.com/35)의 내용이고 이쪽은 나머지 하나에 관한 일지이다.
우선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ㅈ같이 넓은데 복잡한 맵이다.
가뜩이나 오갔던 장소를 수시로 들락거리게끔 동선을 더럽게 설계한 주제에, 정작 이를 오가는 길들의 사방팔방을 다짤라놓고 지하도로 이동하게 강제해놔서 길찾기가 굉장히 어렵고 짜증난다. 심지어 각 행선지의 특색이 뚜렷하게 구분되지도 않아 한번 왔던 곳이라도 긴가민가하게 느껴져 수시로 길을 잃게 만든다... 이와중에 인카운트도 상당히 잦은 편이라 초반부엔 헤매다가 끔살, 후반부에 귀차니즘의 이중고에 시달리게 되니 본작 최악의 진입장벽이라 할만 하겠다.
차라리 같은 '페르소나 Q'처럼 지도 표기라도 가능했으면 길찾기가 훨씬 편했을 것을... 왜 같은 회사에 같은 기기인데도 지원을 안해주는거니...
이는 구간으로 진입해서 캐릭터를 3인칭으로 조작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이 때는 ㅈ같은 시점 문제가 함께한다. 그도 그럴게 3DS는 좌측 스틱으로 이동하고 우측 스틱으로 시점을 조정하는 거치형 콘솔과는 다르게 좌측 스틱밖에 없다. 즉 시점은 게임 측에서 알아서 조절해주는데... 이게 멀쩡할리가 ㅋㅋ....
그래도 종종 멋대로 돌아가는 시점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근데 '페르소나 3' 이후에 적용된 「필드에서 몬스터한테 선빵 갈기면 플레이어가 선턴, 못갈겨서 몬스터한테 박치기 당하면 후턴」 시스템을 가져와놓곤 거리를 제대로 가늠하지도 못하게 만들어놓으면 도대체 어떡하자는 거냐... 후반부까지도 아차-하면 끔살당하기 쉬운 게임 특성상 이 부분은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졌다.
이번 작에서 유난히 아우성이 많았던 난이도는... 전반적으론 상당히 맵긴 했지만 방심하면 잡몹한테도 끔살당하는거야 시리즈의 전통이니 그냥저냥 납득할 수 있는 레벨이였다. 문제는 이 게임에서 난이도가 가장 높은 구간이 튜토리얼이라는거지. 도대체 2~3대 맞으면 끔살당하는 몸뚱아리 하나밖에 없는 플레이어를 무작정 던전으로 밀어넣곤 다짜고짜 동료악마 세 마리를 만들라는 퀘스트를 내리는 구간은 누구 아이디어냐?
악명높은 '미노타우르스 전'까지 갈 필요도 없다. '미노타우르 전'이야 보스전이니 준비하면 되는데 튜토리얼 구간은 던전 도입부에서 찔끔찔끔 싸우다가 마을로 돌아가서 방에서 피채우고 저장하고 또 던전 돌아와서 찔끔찔끔... 이딴 짓을 반복해야하는데 상식적으로 게임 극초반부터 이런 짓을 하게 싶겠나? ㅋㅋ... 이건 명백한 레벨디자인 미스였다.
그래도 이 구간을 넘어오면 스무스하게 진행이 가능해지긴 하는데... 시리즈의 팬이 아닌 이상 여기까지 오는 게 상당히 고역일 듯 하다.
이제와서 이걸 플레이할 사람이 있을진 모르겠는데 일단 플레이하면서 메모해놓은 팁을 조금 끄젹어 놓겠다.
1. '이지'랑 '노말' 난이도의 차이는 상당하다. 나같은 경우 초회차 '이지' 난이도로 플레이하라는거 씹고 꾸역꾸역 1회차 클리어한뒤 2회차 후반에 가서야 난이도 낮춰서 밀었는데 확실히 쉬워지는게 체감되더라.
2. 악마합체를 통한 회전은 가능한 빠르게 해주는 것이 좋다. 정말 유용한 악마나 스킬셋 잘 갖춰진 악마를 버리기 아까워지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경험상 최대한 레벨한계에 맞춰서 빠르게 합체해주는 쪽이 좋드라.
3. 테트라칸, 마카라칸은 개사기다. 다른 시리즈에선 단일 개체 적용에 mp도 많이 잡아먹어서 쓸 데 없는 스킬 취급받지만 본작에선 전체적용이다. 그리고 당연히 반사에 성공했으면 상대 턴도 뺏어올 수 있다. 의외로 최후반까지 만능 속성 스킬을 쓰는 보스가 별로 없어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자. 진여신전생 4 하면 떠오르는 가장 부조리한거 2개에 대해 시원하게 토해냈으니, 다음은 스토리 얘기를 조금.
처음엔 뜬금없이 사무라이 타령을 하길래 드디어 아틀라스도 맛이갔나 싶었는데, 나름 스토리로 잘 풀어가서 최종적으론 재밌었다. 단, 정작 개별루트가 정말 별로였는데 가장 큰 이유는 애들이 너무 급발진을 하기 때문이다. 본작 역시 개별 루트를 타려면 나머지 루트의 친구들을 직접 작살내야하는 시리즈의 유구한 전통을 지키고 있는데, 너무나도 변질되서 충돌이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3편과는 달리 얘넨 극단적으로 서로의 목숨을 취할 동기가 없다. 그냥 '질서를 유지하는게 중요하다'라던가 '기성층의 질서에 염증을 느낀다' 정도로만 표출하던 애들이 후반부로 가면
어린 애들 뇌를 빼다 써먹어서라도 질서를 유지해야한다고 주장하다가 천사들이 내려와 '도쿄에 죄가 너무 많아 소멸시켜야한다'고 말하자 동조한다던가
썩어빠진 기성층의 질서를 무너뜨리기 위해 마계를 연결해서 문자그대로 인외마경의 세계를 만들어버리자고 주장하는건 너무하지 않나... 물론 '절대선은 없다'가 본 시리즈의 컨셉인건 알고 있는데 이건 뭐 대안으로써도 인정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다 때려잡는 '뉴트럴'이 매력적이냐 하면...글쎄... 이도저도 못하다가 등떠밀리듯 얼떨결에 세상을 구하게되는것도 영 석연찮은 전개긴 하다.
차라리 이럴거면 아마 평행세계를 전부 날려버려 전생 자체를 막는 배드엔딩 쪽이 훨씬 대안으로써 와닿는건 기분 탓이겠지? 이 정도로 각 루트의 신념도 매력이 없었고, 이를 주장하는 캐릭터들도 영 정이 안간다. 진여신전생 시리즈의 묘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영 힘을 못 쓰는건 참으로 아쉬운 부분.
쓰다보니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불평불만만 늘어놓은 것 같은데 그래도 종합해보자면 재밌었다. 나처럼 '진여신전생 3'를 기대하고 플레이하면 실망하겠지만, 그래도 나름 '진여신전생 시리즈'의 바이브가 있어 오랜만에 느끼는 요 맛이 퍽이나 반가웠던것도 사실이다. 사실 '진여신전생 4'보다 궁금한게 '진여신전생 4 파이널'이긴 한데...이건 정식발매를 안했으니 원... 롬으로나마 플레이해볼까 생각을 안해본건 아닌데 그러기엔 지금도 쌓인 게임이 많다. 아쉽지만 리메이크하지 않는 이상 '진여신전생 4'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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