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있음
'There Is No Game'을 마무리하면서 예~전에 라이브러리에 추가해둔게 생각나서 플레이해봤다. 국내에서도 '플레이어의 데스크톱을 이용해 게임을 진행한다'는 특이한 컨셉으로 알음알음 유명세를 떨친 무료게임인데 여러모로 기대 이상이였다.
솔직히 최근에 특이한 컨셉의 게임은 많다. 위에서 이 게임도 '특이한 컨셉'으로 유명해졌다고 했는데 '플레이어의 데스크톱'을 이용한 연출은 'One Shot', '언더테일', '두근두근 문예부!'같은 유명 게임에서도 이미 차용해 화제가 된 적이 있으니 그 감흥이 예전만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작의 감흥이 유별난 것은 본작이 단순히 '특이한 게임' 정도에서 멈추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영리하게 변주한다. 본작은 중반부 까지는 끊임없이 주인공 '루미'의 정체가 위험함을 노골적으로 암시하면서 마치 '두근두근 문예부!' 따위에서 나올 듯한 뻔한(?) 반전이 있는 척 연기한다. 심지어 그런 '루미'를 플레이어가 돕는 방식이 '자신의 컴퓨터의 조작을 맡긴다'라는 현대인들에겐 공포를 느낄만한 행위인지라 이 선입견은 더더욱 강화된다.
이러한 흐름이 정점을 찍은 이 순간, 플레이어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저 '해킹'이란 단어의 불온한 늬앙스를 보라. 아무리 게임이라한들 저 말에 흔쾌히 컴퓨터를 내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의하지 않으면 게임이 진행되지 않으니까) 미심쩍게 그녀를 도와주겠다고 말하면 이 순간부터 관계는 역전된다.
그녀의 도전은 보는 사람이 다 안쓰러울 정도로 처절하게 좌절해서, 플레이어는 도리어 그런 그녀를 위로하고 다독이면서 적극적으로 자기 컴퓨터를 부수는 일에 동참한다. 특히 나같이 똥손(...)인 플레이어들이 숱하게 실패를 반복한다면 그때마다 루미가 마음이 꺾이는 꼴을 봐야만해서 더더욱 독한 마음을 품곤 진심을 다하게 된다...
이러한 여정 끝에서야 '루미'는 진심으로 미소지을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절망을 자신과 같은 누군가에게 되물림하지 않고, 아마 그녀의 세상 최고의 모험가일터인 그녀 역시 만족하지 않고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되어 무한한 바다를 항해할테지. 알고리즘의 폐소성과 인터넷의 무한한 가능성을 동시에 표현해낸 작지만 알찬 스토리였다.
그녀는 떠나면서 무수히 많은 루미가 자신과 같은 일을 겪고 있고, 게임을 새로 시작하면 아직 공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다른 자신이 올것이니 부디 게임을 다시 한번 즐기는 일에 부담을 가지지 말아달라고 첨언한다. 누가봐도 '그 게임'을 의식한 대사다. 마지막까지 눈도장 확실하게 찍는구만. '언더테일'의 그 충격적인 반전은 내 모든 게임 플레이의 순간 중 최고이기도 하지만 여러모로 위축(?)되게 만든 것도 사실이라 감사한 배려로 느껴지기도 한다.
아, 왜 도전과제 100%를 못했냐면...이 게임, 생각보다 어렵다. 안그래도 플랫포머 게임을 잘 못하는 나한테 '보스전 노다이 클리어'나 '중간보스의 히든 루트'는 무리일 것 같아서 깔끔하게 포기했다. 좋은 게임이니만큼 완전 정복할 수 있었으면 좋았으련만...뭐 안되는건 안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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