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스위치'로 잘나가는 닌텐도지만, 바로 그 전 세대인 3DS & Will U는 정말 개같이 망했다. 게임보이 이후 닌텐도는 콘솔 자체의 뛰어난 아이디어와 강력한 퍼스트파티가 하드웨어를 견인하는 전략을 내새웠는데, 이게 제대로 먹힌게 NDS & Will의 경우고 안먹힌 경우가 3DS & Will U의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제와선 별로 언급도 안되는 콘솔이지만, 이런 3DS에 내가 잠깐 눈독을 들인 시기가 있었는데 그 때가 바로
아틀라스의 정식한글화 폭격 시기다! 이 시기의 아틀라스는 본격적으로 닌텐도 측엔 '진여신전생 3 이후의 정식 넘버링', '세계수의 미궁 시리즈', '데빌 서바이버 시리즈', '기타 외전작'들을, PS측엔 '페르소나 3 이후의 정식 넘버링'을 발매하는 투트랙을 타기 시작했는데, 어느쪽이냐하면 닌텐도 측에 좀 더 힘을 실어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동시기, 아직 암흑기~태동기에 불과한 한국의 콘솔 시장에서도 '페르소나 3~4'가 대히트하면서 아틀라스의 지명도가 매우 올라갔고 아틀라스도 한국시장을 주목하게 된 것 같은데... 하필! 하필!! 최악의 타이밍에 맞물려 이 저주받은 기기의 타이틀들에 적극적인 현지화 정책을 시행한게 아닐까 싶다.
아, 오해가 있을까봐 미리 말해두는데 일개 게이머로써 당연히 현지화 발매는 대환영하는 입장이다. 실제로 위의 게임들은 대체로 훌륭하기도했고. 다만 당시의 국내 콘솔시장은 현지화한 게임이 실패하면 회사가 그대로 철수할까봐 걱정할 정도로 위태로웠다는걸 알아주길 바란다.
그리고 실제로 위의 게임들의 성적이 좋지않자 후속작들은 현지화는커녕 정식발매조차 하지 않았으니까...ㅎㅎ 아무튼! 이런 뜬금없는 이벤트(?)덕분에 대깨 아틀라스로서 3DS는 참으로 신경쓰이는 콘솔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친척 동생한테 3DS가 있었네...? 당연히 냉큼 주워왔다. 그 후론 타이틀들을 구해다니기 시작했지만 으레 그렇듯 망한 콘솔의 게임이 더 비싸기 마련이라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오랜만에 매물을 뒤지다가 가까스로 만난 게임이 바로 이 것!
페르소나 Q 섀도우 오브 더 래버린스!!
다행히도(?) 그나마 국내에선 가장 지명도 높은 시리즈여서인지 물량이 그럭저럭 풀려있었다. 그래서 어차피 팬심으로 하는 외전게임 후딱 클리어하고 치우자는 마음가짐으로 덤볐더니 존나 어려워. 제법 어려운 측에 속하는 '세계수의 미궁 시리즈'의 시스템을 차용했다는건 알고 있었는데, 설마 기존 팬들을 위해 비교적 평이하게 난이도를 설계하는 경향이 있는 외전 게임에까지 그 매콤함을 재현했을거라곤 상상을 못했다.
본작이 차용했다는 '세계수의 미궁'의 시스템은 정확히 말하자면 이 장르의 시초격인 '위자드리'의 시스템으로 1인칭 던전탐사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미로같은 맵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지도를 직접 그려 채우면서 (설정에 따라선 지나가는 라인은 자동으로 그려지게 할 수 있지만 결국 계단이나 문 등의 기호를 표기하기 위해선 어느정돈 직접 그리게된다.) 기존엔 지나갈 수 없었던 길이나 일정 패턴으로 움직이며 이동을 방해하는 강적 몬스터 'FOE' 의 기믹을 파훼하며 최종목적지까지 도달해 해당 던전 보스를 토벌하는 형식이다.
위의 스크린샷은 본작의 마지막 던전의 최종층인데.. 딱 보면 알겠지만 장난아니게 복잡하다. 스위치로 길을 막고있는 기둥을 ON/OFF한다던가 일방향 도르레를 탄다던가 하여간 별 괴상한 기믹과 1회차엔 날고 기어도 토벌불가능한 FOE가 도처에 깔려있는 스테이지가 심지어 아래층 8층과 연동되있어서 공략없인 클리어가 불가능할 정도의 지옥같은 난이도를 자랑한다...
물론 위의 스테이지는 최종장이니 당연히 제일 어려운 게 맞고 적절한 예시가 되지 못할테지만, 그렇다고 딱히 초반이 쉽지도 않았다. 오히려 첫번째 던전부터 꽤나 막막해지는 난이도였지. 솔직히 본작의 흥행실패는 3DS가 개똥망인게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이런 불친절하고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난이도 때문이 아닐까 의구심이 들 정도다.
여기에 전투 난이도는 페르소나가 아니라 '진여신전생 시리즈'를 연상케 할 정도로 부조리한 고난이 산재해있다. 이를테면 첫번째 던전에서 인카운트로 조우하는 잡몹인데도 아군 파티를 원킬내는 풍뎅이라던가, 여전히 유리몸인 상태로 도입하는 세번째 던전에서 전체 타게팅 마법을 남발해 해당 속성 약점을 가진 파티원을 작살내는 좀비새끼, 중후반부부터 즉사기를 쓰는 잡몹 등이 그렇다.
단, 전투의 경우 보스전의 난이도는 생각보다 어렵지않아 던전 클리어가 막히는 경우는 없었고, 여윳돈과 어느정도의 노하우가 생기는 중반부터는 FOE에 들이박지만 않는다면 무난해지긴 한다. 그러니 뉴비절단 풍뎅이에 절망한 유저가 있다면 포기말고 다시 도전해보자.
게임의 난이도가 워낙 인상깊어서(...) 푸념부터 쏟아낸 꼴이 됐는데 거두절미하고 본작에 대한 최종 평을 말하자면 훌륭한 팬게임이다. 실제로 메타크리틱도 85점으로 상당히 높은데 그럴만하다. 던전과 전투는 매콤하지만, 다르게 표현하자면 장르적 문법에 충실한, 플레이하는 보람이 있는 구성이였고, 무엇보다 '페르소나3와 페르소나4의 만남'이라는 주제를 정말 잘 소화해냈다.
이런 것까지 구현했다고? 싶을 정도로 사소한 이벤트들도 적절하게 재현해놨고, 3와 4의 등장인물들이 교류하면서 서로의 결함을 채워주는 식으로 시너지를 낸다던가 비극적인 3 파티의 운명을 암시하는 등 기대 할만한건 다 구비해놨더라. 또한 메인 스토리 역시 으레 외전 게임들이 그랬던 것처럼 구색맞추기용이 아닌 인상적인 스토리여서 1회용인게 아쉬울 정도였다.
아 참고로,
시리즈 전통의 최강자들과의 대결도 준비되있다. 그것도 P3 Side와 P4 Side로 전부 클리어해야 도전할 수 있는 최종 컨텐츠로. 난이도는 FOE부터 본편 최종보스까지 걍 다 밀어버리며 플레이한 2회차 마지막을 기준으로 해도 까다로운 편. 전통의 '전속성 무효 장비를 달고 있으면 9999 데미지 메기도라온'부터 질질 끌면 디아라한 (체력전체 회복), 한 명만 먼저 쓰러뜨려놓으면 사마리캄 (체력 풀로 부활)을 패턴을 완비하고 있어 골치아프다.
특히 본작은 다단공격과 크리티컬 유도가 쉬운 물리 공격 (팔척뛰기, 찰나 장대비 쏘기 등)이 훨씬 유용해 마법공격을 완전히 대체하다싶이 하는데, 이 물리공격들의 타겟팅이 랜덤이라서 HP관리가 쉽지만은 않아서 더욱 그랬다. 그래서 운이 좋으면 원트로도 클리어가 가능하고, 운이 나쁘다면 몇번 리트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클리어가 불가능할 정도는 절대 아닌 듯.
아무튼 이렇게 히든보스까지 잡는데 걸린 최종 플레이타임은 깔끔하게 82시간. 후딱 클리어하고 치운단 사람 어디갔냐 ㅋㅋ 심지어 갖은 고생하며 클리어한 1회차와 비교해도 2회차 플레이타임이 그렇게 줄지도 않았다.
아 이건 확실히 불만사항인데 지도를 2회차로 전승시켜주면서 뚫어놓은 지름길은 죄다 막아놓는건 뭐냐? 굳이 2회차에 길을 또 빙 돌아가게한 것도 번거로웠지만, 표기해둔 지름길들을 죄다 수정해줘야하는것도 꽤나 귀찮은 일이였다. 이것만 아니였으면 10시간은 줄일 수 있었을 듯.
페르소나 전서는 어지간하면 페르소나 시리즈를 플레이하면서 100 %를 채워주는 편인데, 도전과제도 없고 이미 최강급 페르소나를 구비해놔서 그런지 손이 안가서 걍 패스했다. 합체법도 본가랑 묘하게 달라서 일일히 찾아보는 것도 귀찮았고...
마지막으로 이제와서 이 게임을 플레이할 사람이 남아있을진 모르겠지만, 내가 플레이하는데 도움을 받은 공략들을 남겨놓겠다.
본편, 의뢰 공략 : https://m.blog.naver.com/admario
구간별 추천 페르소나 : https://m.ruliweb.com/game/81474/read/7394547
캐릭터 장단점 : https://m.ruliweb.com/game/81474/read/7402006
QR코드 (댓글참고) : https://m.ruliweb.com/ps/board/101074/read/941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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