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Hotline Miami
※ 스포일러 있습니다.
Do you like hurting other people? 이 한 문장에 뻑갔다. GTA가 국민게임이 되는 세상에 숨겨서 뭐하랴. 당연히 내 대답은 Yes다. 하지만 이런 나도 시작부터 대뜸 '살해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겠다'며 살인을 종용하는 이 게임의 당돌함엔 허를 찔린 느낌이였다.
이렇게 출발한 게임은 살육의 전차는 시종일관 폭주한다. 짧은 오프닝의 끝에 짤막한 지령이 떨어지면 곧바로 다음 스테이지로 돌입해 그 곳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를 도륙하기를 반복한다. 이 과정이 참으로 오묘한데... 잔혹하고 노골적인 고어묘사와 사이키델릭한 BGM이 참으로 골아프게 만들면서도, 스피디한 진행과 찰진 손맛 때문에 최종적으론 즐기게 된다. 즉 이놈의 사이코패스와 내가 하나가 되가는 셈이다.
하지만 으레 그렇듯 주인공 역시 대가를 치루고, 이에 분노하며 복수하고, (다른 캐릭터의 시점이지만) 흑막을 만나게 되는데... 한다는 소리가 "재미있게 하지 않았어?" 이 게임의 캐치프라이즈가 변주되어 날카롭게 쑤셔지는 순간이다. 물론 그 뒤론 이 새끼들의 뚝배기가 날려버렸지만.
이 언뜻 보면 막나가는듯한 게임을 나는 간단한 실험으로 본다. 마지막에 나온 흑막 (청소부들)은 누가봐도 이 게임의 개발자였고, 그들이 묻는 저 질문은 '잘 즐겨놓고 이제와서 딴소리냐'는 비아냥이였을테니까. 하긴 그렇긴 하다. 주인공이 연인을 잃든, 협박을 당해 원치않은 학살을 벌였든 뭔 상관인가. 그들을 조종한 나는 재밌었는데. 그러니 이 찝찝함은 막연히 내가 선(善)이라 믿고 이 이야기의 끝이 정의구현이라고 착각했던 내 것이 맞다.
종합해보자면 짧지만 강렬한 게임이였다. 과연 많은 힙스터들이 손꼽을만한 하드라. 트로피는... '전 스테이지 A+'가 떡하니 계셔서 그냥 적당히 '모든 마스크 수집'과 깰 수 있을만한 자잘한 트로피들을 정리하는 선에서 끝냈다. 그래도 거진 10시간 플레이를 했으면 뽕 뽑은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