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4] 페르소나 5 로열
드디어 끝냈다...라는 느낌.
2017년, 페르소나 5가 발매되자마자 구입해 플래티넘까지 달렸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하다. '대깨아'를 자처하는 게이머로써 무려 8년만에 발매된 페르소나 신작은 그 자체로도 경사였는데, 심지어 이미 완성형이란 평가를 받던 'P4G'를 뛰어넘는 대작을 내놨으니 대가리가 깨지다못해 가루가 되는 것도 어쩔 수 없지.
근데 이건 아니야.<페르소나 3 → 페르소나 3 포터블>, <페르소나 4 → 페르소나 4 골든>과는 경우가 다르다. 애초에 이전의 두가지 확장판은<거치형 → 휴대용>이라는 어엿한 대의명분이 있었고, 아직 시스템 등을 개선할 여지가 남아있었던데다 실제로 '대폭'이라 부를 정도로 편의성을 높이는 가시적인 성과를 냈기 때문에 만족한 것이다.
하지만 '페르소나 5 로열'의 경우는 다르다. 혹여 직접 플레이해보면 뭐가 달라질까 싶었는데 직접 해보니 더 괘씸하다. 자잘한 시스템의 추가와 편의성 강화가 체감이 안되는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새로 풀프라이스를 구입해서 플레이해야할 정도는 아니였다.
추가된 스토리? 나쁘진 않아...오히려 좋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좋게 받아들이려해도 이미 완성된 게임에 무리하게 덧붙였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 이하 스포일러 주의
우선 괴도단의 신멤버로 추가된 '요시자와 카스미'. P4G의 '마리'처럼 메리수 캐릭터라는 얘기가 많았는데 오히려 존재감이 너무 없더라. 본편에선 '커뮤~5'+α로 찔끔 등장하는것말곤 전혀 분량이 없고, 정작 플레이어블 캐릭터 합류 + 신규스토리의 주인공 되는 '3학기'엔 전자는 이미 잘 써먹는 동료를, 후자는 마루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다 뺏거버린다. 캐릭터 자체도 '마리'랑 비교하는게 무색할 정도로 몰개성해서 딱히 애정이 가지 않드라. 이럴거면 합류를 좀 빨리 시켜주든가...
두번째로 '마루키 타쿠토'. 게임 시작전부터 '마루키가 최종보스'라는 스포일러는 당한 상태였는데, 커뮤에선 너무 선한 모습만 보여줘서 되려 당황+기대를 하게 됐다. 4의 '아다치'같은 통수캐릭터 혹은 '주유소 점원'같이 정체를 숨기고 있는 흑막 같은 포지션일거라 생각했는데 설마 주인공 일행과는 배치되는 신념을 가진 페르소나 구사자일 줄이야. 이 쪽도 갖다붙인 느낌을 지울 수 없긴 하지만 <신념의 적은 또다른 신념>이라는 구도는 충분히 매력적이였다.
마지막으로 '조제'...는 뭐하는 놈이여? 본작에서 전혀 정체가 밝혀지지 않아서 뭐라 코멘트하기 어렵다. 이정도로 대놓고 푸쉬하는 걸 보면 차기작에선 중요한 역할을 할 거같긴 하다.
아, 추가로 신캐릭터는 아니지만 3학기 에피소드에 제대로 안티 히어로가 된 '아케치 고로'도 인상적이긴 했다. 솔직히 이런걸로 세탁기 돌릴 수 있는 레벨은 아닌것 같다만, 그래도 <동료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적>이라는 포지션을 잘 살려 <임시동맹> 구도를 짜고 <자신이 죽는걸 알면서도 스스로의 선택을 고집한다>는 신념으로 어필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은 영리했다고 본다.
아무튼 결론은 재밌긴했는데 아마 발매 직후에 플레이했으면 썅욕을 했을 것 같다. 애초에 이 게임의 플레이 동기 자체가 '기대'보단 분명 올클리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포일러를 피해다녀야하는 '찝찝함' 때문이였단걸 생각하면 더더욱. 그래도 3년 사이 잊은 기억 + 2만원대 가격으론 나름 뽕을 뽑았다고 본다.
트로피 난이도는 오리지널의 '네비 트로피'나 놓치면 골치아픈 '올커뮤', '모든 책 읽기'같은 트로피가 싹 빠진 순한 맛이다. 조금만 신경써주면 3학기까지 클리어하는 것만으로도 딸 수 있을 정도.
게임 자체도 난이도의 변동은 없지만, 요녀석 '이자나기 오오카미 피카로'만 있다면 프리패스 할 수도 있다. 전서 등록율에 따라 공격력+방어력 UP이란 사기적인 특성에 적 전체에게 무속성 대데미지 3회를 날리는 '기만의 진언' 콤보면 상성이고 동료고 다 필요없다.
그렇다보니 나무위키에서도 이걸 꺼내들면 재미가 작살난다고 1회차에선 사용하는걸 비추천할 정도인데, 다행히도(?) 나는 시도 팰리스에 들어갈때 즈음에 발견해서 그냥저냥 잘썼다. 근데 피카로라고 팔레트스왑하고 사기 기술 붙여서 DLC로 팔아먹는건 좀 그렇지 않냐? (로얄엔 기본 포함이였지만, 오리지날에선 DLC 판매 페르소나였다.)
아무튼 이걸로 PS4도 다시 휴지기에 돌입했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한번 플레이해본 P5따위 샤샤샥 끝낼 생각이였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시간이 걸려버렸다. 현재는 시험에 집중...중이라고 일단 핑계는 대지만 조카가 버린 3DS를 슬쩍 줏어와 '페르소나Q'를 절찬리 플레이중...